99년 '한미 범죄인 인도조약'촉발, 한국 도피 한인에 종신형
14년 전 살인사건 용의자로 한국으로 도주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남대현(영어명 데이비드.32.사진)씨〈본지 2008년 9월17일 A-1면>가 종신형에 처해졌다. 펜실베니아주 커먼플리스 형사지법은 19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남 씨에게 2급 살인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. 또 강도중 범행과 흉기 소지 등의 혐의에 대해 12년6개월~25년을 추가했다. 선고 전 르네 카드웰 휴스 담당판사는 남씨의 한국 도피를 지적하며 "이 사건은 정의가 침해당한 사례"라며 "남 씨는 거듭날 기회가 주어졌지만 사법 체계를 우롱했다"고 중형 판결 배경을 밝혔다. 남 씨는 19세 나던 지난 1996년 8월16일 필라델피아 북부 올니(Olney)의 한 주택에 침입 퇴역군인 앤서니 슈로더(당시 77세)씨를 총격 살해한 혐의다. 사건 발생 이듬해 남 씨는 체포됐으나 보석금 100만달러를 내고 풀려난 뒤 한국으로 도주했다. 99년 한국 경찰에 붙잡혔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법적 규정이 없어 풀려났다. 이를 계기로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은 급물살을 탔고 99년 12월20일 발효됐다. 남 씨는 도피 생활 12년만인 2008년 3월18일 한국에서 재검거돼 6개월 뒤 미국으로 전격 압송됐다. 양국간 도피사범 공조체계를 마련했다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이날 선고공판은 법정이 텅 빈 채 진행됐다. 남씨와 피해자 양쪽 가족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. 남 씨 부모는 사건 직후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국했고, 슈로더씨는 미혼으로 자녀나 가까운 친척이 없다. 법정에 회색 죄수복 차림에 갈색테 안경을 쓰고 나온 남씨는 일체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.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남 씨는 “난 끝이다(I’m finished)”라고 답했다. 이어 판사는 “나도 그렇다(Me, too)”라고 답해 14년만의 사건 종결을 선언했다. 정구현 기자